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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로 마음을 사로잡는 법

 

 

방송인? 작사가? 뛰어난 예능감과 언술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그래서 때때로 '연예인' 혹은 '셀럽'으로 비춰지는 김이나. 그러나 그녀가 매달 평균 두 곡 이상, 지금까지 수 백곡의 가사를 쓴 이 시대의 크리에이터라는 점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누구나 한 번 쯤 각자의 의미를 새겨보았을 그녀의 섬세한 노랫말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빛나는 '콘텐츠'다. 


이선희부터 아이유, 박효신 그리고 조용필까지. 그녀가 15년 동안 꾸준하게 그리고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하게 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올까? 

 

[LIFTOFF] EP.02 - "노랫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by 김이나 작사가

 
 
 
 

'팬질'로 시작된 창작의 기회 

저도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작사가를 하면서도 겸업을 한 6년 정도 했고요. 첫 회사는 벤처 회사도 다녔었고. 기계 부품 회사도 다녔어요. 대신 어렸을 때부터 팬질을 했는데 가수 팬질을 하지 않고, 작곡가 팬질을 했어요. 그러면서 그냥 계속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김형석 작곡가님도 그 중 한 분이셨는데요. 콘서트를 하셨단 말이죠. 거기 가서 작곡을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작곡가님께서 저보고 곡은 좀 더 준비를 해라, 말씀하셨는데. 작곡가님 콘서트에 가서 사진을 찍고 홈페이지에 올린 다음에, 그 링크를 드렸는데 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보시고 가사를 쓸만한 재주를 가진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대본을 주신거죠. 

 

작사가가 생각하는 '가사'라는 컨텐츠의 임무

말 그대로 ‘텍스트’로서만 존재하는 컨텐츠지만, 가사는 ‘소리’로서 존재하는 컨텐츠라는 게 차이인거 같아요. 들려야되는 말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거고요. 사람들이 읽으려고 보는게 아니라, 들으려고 보는 글이고. 누군가 불러야 하는 글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발음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곡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글. 즉, 혼자서 빛나도 되는 작품이 아니라, 곡에 기대어서 또는 곡을 기대게 할 수 있는 글이라는 점에서 다른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차이가 만드는 수 백 가지의 이야기 

전 영감이 안에서 나온다기 보다, 그걸 부르는 가수에게서 찾거든요. 가수가 어떤 사람이냐. 이게 남자여도 케이윌이 부르는 발라드냐 조용필 선생님이 부르는 발라드냐에 따라서 단어 선택이나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지니까. 내가 내 안에서 끄집어 내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매번 사랑을 주제로 가사를 쓰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왜냐하면 대주제를 놓고 봤을 때 사랑인 거지, 감정을 느끼는 자세는 너무 많거든요. 여러분이 계시는 머릿 수만큼 다른 감정선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가수의 캐릭터에 의지해요. 그들의 실제 캐릭터를 떠나서 박효신이 부른다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 조심스럽고 섬세한 이야기를 쓸 거 같아요. 반면에 케이윌이면 조금 더 투박하고 상남자의 느낌으로 툭툭 던지듯하는 말을 쓸 거 같고요. 부르는 사람의 나이가 한 살만 달라져도 거기서 나오는 차이가 있어요. 작은 차이들이 여러 가지의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간단한 거 같아요.  

지드래곤과는 김이나의 다른 가사, 다른 언어    

싱어송라이터들은 가사를 먼저 써요. 타블로, 지디, 유재하, 김광석 이런 분들은 멜로디와 곡을 동시에 관장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가사를 쓰고 멜로디도 자기가 만드는 거죠. 그런데 저희 같은 산업 작사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그럴 일이 거의 없습니다. 곡이 먼저 있고, 멜로디에 맞게 글을 쓰는 게 일인데요. 

지 드래곤. 가사 정말 잘 쓰는 친구예요. 그 친구의 힘은 그런 거에요.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 이 문장 하나로 모든 상황이 설명되는 거에요. 꿀리지 않을 만큼 잘난 애야, 근데 이 말을 하는 지금 나는 자존심에 상처가 났어. 성격이 좀 까칠해, 몹시 화가 난 상황이라는 모든 걸 한 줄로 설명하잖아요.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는 2009년 발매된 'HEART BREAKER'의 가사입니다 

 

그런 가사를 볼 때에는 질투가 나요. 이런 친구들이 해내는 한 줄의 카피라이트 같은 힘을 가진 가사를 보면, ‘살리에르의 기분이 뭔지 알겠다. 와 난 절대 저런 건 못 만들거야(부들부들)’(웃음) 하죠.

김이나가 믿는 '말' 그리고 ‘가사’의 힘

제가 쓴 것 중에 가장 아끼는 한 구절은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분홍신’, 아이유) 가사인데요. 말의 힘을 믿는게, 그 말을 자꾸 하다보면 자기 암시효과가 되는 게 있잖아요. 당시 아이유가 이런 저런 일로 복잡할 때라, 활동을 하면서 자꾸 이 가사를 부르다가 “넌 이런 애야. 뭘 해도 되는 애야” 생각하길 바라고 응원차 쓴 가사였어요. 그 친구가 그 가사를 부를 때마다 엄마 미소가 나오고, 아끼는 구간입니다. 

 

 

10년째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 

윤종신 씨와 대화를 많이 하는데요. 한국은 유난히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싶어하는 게 큰 거 같다고. “뭐야, 가수야? 개그맨이야?” 이런 질문을 많이 들어오셨대요. 그런데 왜 꼭 둘 중 하나가 되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맞다. 저도 뭔가 괜히 그런 시선 때문에 옛날에는 기피하는 게 있었는데 요즘은 좀 벗어났어요.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정체성에 갇혀서, 다른 것을 하는 걸 겸언쩍게 만드는 분위기가 오히려 폐쇄적이구나. 이거하면서 저거하는 게 하나도 이상한 게 아닌데. 그렇게 마음을 먹고나니까 재미가 있더라구요. 저는 알려지는 게 좋아요 솔직히. 그래서 이제는 재밌는 거 하면서 살려구요.

 

  

 

 <리프트오프> 하이라이트 영상과 글은 다음 편에서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