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Oddity 스페이스 오디티
Music Creative Group

Oddity

찌질하게, 은밀하게

 
 
 

궤도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이 땅의 ‘오디티’.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 듣기 위해 만든 ‘오디티 토크’(Oddity Talks)의 첫번째 주인공은 뮤직비디오 감독 송원영이었다. 스태프만 수 십명이 필요한 뮤직비디오 촬영부터 아이폰 한 대로 촬영을 진행한 딩고뮤직의 '이슬라이브'까지. 찍고 싶은 것 혹은 찍어야 할 것이 있다면 고감도 픽셀이나 하이엔드 촬영 장비도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아는, 뉴미디어와 매스미디어 사이에서 탁월한 균형감으로 길을 걸어온 송원영 감독.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대학교 밴드 동아리부터 그저 ‘락’과 ‘힙합’이 하고 싶었던, 누구보다 평범하고 찌질한 소년이라고 말했다. 그와 을지로 위워크에서 함께 했던 첫번째 오디티 토크 이야기의 일부를 공개한다. 
 

#잘알지도못하면서 

제일 먼저 여러분들이 스스로 누군지 알고 있는지 묻고 싶어요. 작년이 에이프릴샤워를 창업한지 딱 10년이 되던 해였어요. 그동안 뭘 한 걸까 생각해봤는데, 제일 큰 딜레마는 내가 뭘 좋아했는지 잊어버렸다는 거예요. 혼자 10년을 정리하려고 간 일본여행에서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100억 있으면 뭐할래?” 근데 아주 현실적인-월세 올려 이사를 간다던지, 고장난 차를 고쳐야 한다던지-그런 생각만 들더라구요. 이게 무슨 창작자인가. 열심히 달려왔는데 정작 뭘 꿈 꿨는지도 모르겠고, 미치도록 하고 싶은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 뭐든 생각하면서 해야겠구나 느꼈죠. 

" 예술가적인 마인드로 무언가 개척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솔직히 뭘 원하냐고 "

여기 계신 분들 다 성향이 다를 거고, 지금 막 일을 시작하는 분들도 있고 한창 달리고 있으실 분들도 계실텐데요. 지금이라도 질문을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 일은 해라마라 이런 말이 하고 싶은 게 아니고요. 내가 너무 좋아하는데 못하고 있는 게 있을 거에요. 그게 무엇일까 생각 하시라는 거죠. 생각을 안 하면 결국 못하는 거에요. 저도 그런 게 많고요. 여러분들이 수학을 하시든, 기계공학을 하시든 예술일 수 밖에 없어요. 예술가적인 마인드로 무언가 개척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물어보셨음 좋겠어요. 솔직히 뭘 좋아하는지.

송원영 감독이 본격적으로 의뢰를 많이 받게된 시작점. JOO의 "Bad Guy(나쁜 남자)" M/V 

  전 사실 영화를 하려고 이 세계에 들어왔는데, 뮤직비디오를 시작 하게 된 이유는 영화 감독님 밑에 들어갔더니 감독님이 뮤비만 찍으시는 바람에..배운 게..

대학교 땐 밴드 활동을 하면서 락 스피릿을 추구했고, 하고 다니는 행색은 힙합이었거든요. 전 무조건 락 아니면 힙합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지금까지 그런 장르 뮤비를 제작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저는 그걸 하고 싶어서 시장에 들어온 건데 말이죠.

Behind the scene 

'나쁜 남자' 뮤직비디오는 데뷔 초창기라 표현력은 조금 아쉽지만, 가장 맘에 드는 컨셉 중 하나예요. '최애' 아이디어 작품입니다. 이 작품 이후로 업계에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이 후로는 오늘날까지 '울부 짖는' 노래만 들어와요. 힙합의 ‘힙'도 안 들어옵니다. 여러분이 뭘 좋아하시는 모르시면 이렇게 됩니다. (웃음) 

 

#그래그느낌알지

감성이 필요한 발라드 곡의 의뢰가 계속 들어오는데, 제 경험에서 우러나지 않은 발상은 못하겠더라고요. 경험하지 않은 부분을 포장할 때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중복이 되더라도 계속 경험 안에서 아이템을 찾아왔죠. 이별하고 집에 와서 보니 자켓에 머리카락이 붙었다던가 하는 것들요. (로이킴-‘문득’ M/V)  

 
 

추억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멜론 브랜드필름 '우리 지난날의 온도'는 조회수 700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Behind the scene

총각(?) 시절에 경험 했던 모든 게 여전히 컨셉으로 저장되어 있어요. 멜론 브랜드필름 마지막 부분의 버스 씬도 그렇고요. 그건 제가 군대 전역 이후까지 기다려준 여자친구와 정말 식을대로 식은 CC 커플일 때, 그게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다 결국 헤어진 내용이에요. 버스가 출발하는데 여자가 “어어~” 하면서 넘어지려 하는 것 까지 똑같아요. 제게 몇 개 안 남은 추억을 여기 다 쏟아 부었지만, 이 작업을 해서 너무 좋았어요. 

#찌질하게은밀하게

찌질하고 청승맞고 상처 잘 받고...누가봐도 한심하지만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디테일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별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해본 사람만이 ‘레알’ 디테일을 알 수 있거든요. "난 강해! 난 슬프지 않아!!" 씩씩하게 바로 잘 이겨내는 이런 태도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레인지(range)가 넓은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그럴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슬픔이라는 건 사실 극복이 안되는 거 잖아요. 극복하기 위해서 최면을 걸 수는 있어도. 결국 우리 자신과 감정에 솔직해야한다는 거에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너를’ 뮤직비디오는 찌질함의 결정체가 만들어낸 작품 중 하나입니다. 

남자의 한심함을 담고 싶었다는 브라운아이드소울 '너를'(2013)

Behind the scene

군대 제대하고 대학교 2학년 때 (앞선 멜론 브랜드 필름에 담긴)의 버스 사건으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몇 년이 흐르고. 동문회에서 만났는데 딱 ‘너를’ 속 저런 상황이었어요. 말을 걸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데리러 왔더라고요.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남자들만이 갖고 있는 한심함. 제가 딱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 때는 몰랐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까 그 모습마저 예뻐보이고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찌질함의 절정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똑똑해서못해

제제 친구 중에 제일 그림 잘 그리는 친구가 나얼씨인데요. 그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럼 그렇게 그려봐 했더니, 쉽게 못 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릴 수는 있어도 꼬마애가 와서 찍 그어놓은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광고도 마찬가지에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지성인의 마음으로 상업성까지 넣어서 만들다보니 시작부터 다를 수 밖에요. 감동을 주는 광고는 어린이들 그림처럼 그려야하니까요. 저는 그래서 그런 갈증을 계속 느꼈어요. 광고를 왜 광고처럼 만들지? 뭉클하게 하고 싶은데 왜 그런게 없을까. 그 생각을 하다가 공모전에 낸 게 박카스 불효자편이었어요.

"광고와 감동,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어요."

감동 광고라는 말이 기본적으로 어폐에요. 감동과 상업은 물과 기름 같은 존재거든요. 이를테면 벤츠라는 브랜드가 신차 광고 요청을 한다. 감동 광고만 아니면 멋있게 찍을 수 있어요. 근데 클라이언트가 신차(제품)를 가지고 사람을 울렸음 좋겠다? 그 순간 벤츠는 빠져야해요. 벤츠만 안 나오면 쉬워집니다. 아직까지 제가 연구한 결과는 그래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어요. 사람들을 울리고 싶다면, 먼저 울린 다음에 브랜드를 발가락에 붙이든 엉덩이에 붙이든 하는 거죠. 아이들만이 아이들 그림을 그릴 수 있듯, 모든 걸 덜어내고 본질적인 순수한 공감을 끌어내기엔, 사람들이 너무 똑똑해요. 

 

Behind the scene

  영상에 나오는 아버지가 실제로 저희 아버지에요. 여자 주인공은 ‘이채은'이라는 배우인데, 저 친구랑 압구정에서 팥빙수를 먹다가 우연히 박카스 공모전을 알게 됐어요. "오빠도 이런 공모전이나 한번 내봐요~" 딱 보니까 마감이 내일 아침이었고, 그 때가 밤 열시쯤이었어요. 당연히 안되겠지 생각하고 집에 가는데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근데 당시에 작품이 출품이 많아서 서버가 다운됐어요. 그래서 바로 다음날 DSLR 가지고 나와서 찍었는데 엘베에 탄 사람이 제 동생, 아빠, 팥빙수 먹던 친구, 제 와이프가 전부고, 3시간 찍었어요. 제작비는 끝나고 뚝불 사준 육만원이 전부에, 2시간만에 편집 해서 올렸어요. 급하게 찍어도, 간절함이 중요하다는 거에요. 아이디어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이 광고 왜 꼭 만들고 싶었느냐?인거죠. 저도 당시 너무 간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급하게 찍어도, 간절함이 중요하다는 거에요"

  아버지가 IMF 로 망하셨었거든요. 당시에 대학생이었던 전 인생에서 엄청난 간지가 필요했고요. 누구보다 힙 했어야했고, 누구보다 멋있어야 하는 나이. 근데 아버지가 제가 다니던 교회의 식당에 쌀 배달을 가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당시에 한창 리즈 시절. 훈내 나고 인기 많던 교회 오빠였는데. 하루종일 날라도 안될 쌀을 교회에 나르는 게 너무너무 창피했어요. 스스로가 무너지는 걸 느꼈죠. '유행한다는 폴로를 입고 가면 뭐해, 난 이제 교회 동생들한테 쌀인데...’ 
 근데 나이가 서른이 넘고 그 일 때문에 펑펑 울었어요. 그 때 아버지와의 그 시절을 증오했다는 사실 때문에 눈물을 흘릴 수 있었어요. 적당히 쪽팔리다가 만 감정으론 아마 눈물이 안났을 거에요. 쌀 배달 때문에 아버지와의 추억을 증오하게 되는게 좀 웃기잖아요? 그게 뭐라고.. 근데 모두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봐요. 누구나 경솔 할 때가 있으니까요. 나중에 나이 먹고 제가 쓰레기였다는 걸 그대로 느끼고 나서야 교회를 엘레베이터로, 쌀을 택배로 바꿔서 만든 게 박카스 광고였죠.

#니스타일

니스타일. 흔히 시그니처라고 하는데요. 무엇을 하든 창작자라고 하면 자기 시그니처를 염두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 데뷔 했을 때 '고속 촬영'에 꽂혀있었어요. 초반에는 고속 촬영을 잘 쓰는 감독이자 연출자로 시그니처를 만들어 갔지만, 그러다 극사실주의로 빠졌어요.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보며 자랐고, 스티븐 스필버그 보면서 영상을 하려고 하게 됐지만 막상 극사실주의로 바뀌고 난 이 후에는 팀버튼을 아예 못보겠어요. 영화가 아니라 현실처럼 느껴지는 작품들이 좋고요. 그게 작품에도 반영이 돼서 그 때부턴 고속 촬영 대신 정적인 컷, 현실적인 노을, 웃으면서 우는 배우라던가. 한 컷 안에서 미묘하게 바뀌는 컬러. 굳이 뽑자면 이제는 그런 게 시그니처가 된 거 같아요. 

고속촬영이 쓰인 나얼의 '바람기억' 뮤직비디오 

#국가가허락한유일한마약

“모든 작품에서 승부수를 음악으로 잡는 게 제 방식이에요. 
여러분도 무슨 작업을 하건 항상 음악과 동행하셨으면 좋겠어요” 

결국 영상이든 어떤 것이든, 자기만의 리스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딥하게요. 주변 사람 중에 음악에 항상 취해 있는 사람이 있어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 말고.. 편식을 해도, 자신이 꽂힌 음악이 있고 그걸로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정말 막강해요. 저 역시 영상에서의 저의 최종 승부수는 배우도, 효과도 아니고 음악이라고 해요. 멜론도 그랬고 모든 작품에서 승부수를 음악으로 잡는게 제 방식이고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무슨 작업을 하건 항상 음악과 동행하셨음 좋겠어요 항상. 나만 미치게 만드는 음악이 있거든요. 자기만 미치게 하는 음악들을 계속 킵해두셨으면 좋겠어요. 응급 상황에 사용하실 수 있게. 

 


관객과의 Q&A

Q. 보통 노래가 있고 뮤직비디오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작품을 하는 사람으로서 뮤직비디오를 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임하시나요. 어디에 ‘To do’를 맞추시는지 궁금합니다. 

 전 결론을 내렸어요. "내가 엄청난 비주얼리스트는 못되는구나” 그게 중요해요. (중략) 유명한 비주얼리스트. 이를 테면 빅뱅 작업하셨던 서현승 감독님 작품 같은 것들을 보면서 저건 내가 좋아하지만 저렇게 못하겠구나 생각해요. 저 정도는 되야 노래를 바를 수 있는 비디오라고 생각하지만, 발라드 뮤비는 발라드 다워야 감정 전달이 돼요. 기본적으로 '강남스타일'처럼 장르가 프로그레시브하거나 퍼포먼스가 받쳐주는 장르라면 내러티브가 있건 없건 감각으로 만들어서 영상이 노래보다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그런 사례가 더 많아졌고요. 그럼에도 전 감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주어진 걸 하려고 해요. 슬픈 발라드의 뮤직비디오 제안이 들어왔는데, 노래를 해칠 정도의 과한 비주얼이 나오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고 봅니다. 

Q.멜론과 협력하실 때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기획 단계부터 주어진 자유도까지, 궁금합니다.

멜론 같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멜론이라는 브랜드와 저 사이에 스페이스오디티가 판을 잘 짜주었기 때문이에요. 대행사적인 마인드, 광고적인 마인드로만 광고를 접근하면 브랜드 컨텐츠가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아요. 끝까지 말이 안통하는 브랜드는 아무리 어떤 실력있는 중간 대행사가 어레인지 해주셔도 부러지지가 않아요. 기본적으로 스페이스 오디티랑 저랑 협업했던 작품에서 멜론이 되게 자유도를 높혀주셨어요. 그런 부분이 감사하죠. (중략) 광고는 광고답지 않게 멜론처럼, 최대한 브랜드가 늦게 나오게 한 게 좋았죠. 결국에는 브랜드의 문제가 제일 큰데요. 그 쪽에서 자유도를 주지 않으면 절대 할 수가 없어요. 중간에 스페이스 오디티 같은 회사들이 판을 깔아주면, 브랜드가 컨펌을 해줘야하는데 컨펌이 안 되고. 그런 게 많아요. 근데 그런 과정을 다 거쳐야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와요. 그게 산업이니까요. 

Q.결국엔 자유도가 젤 중요한가요?

제일 중요하다기보다, 아직까지는 이런 형태의 광고들이 많지 않고 요즘 들어서 사례들이 막 나오지만 광고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입각해서 만드는 게 많죠. 

Q. 나얼씨 뮤직비디오 속에 아름다운 미장센들이 있는데, 미술은 어떤 식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집을 많이 봐요. 전 딱 미국의 70-80년대 레트로 문화를 좋아하고, 그 때 미장센을 좋아하는데 나얼씨도 그래요. 그 친구도 저랑 똑같아요. 미국에 가게 되면 골동품을 모으죠. 유독 쓰레기가 너무 비싸요. 근데 쓰레기여야 더 멋있어요. 누가 쓰다 남은 거. 잡지, 가구, 장난감 같은게 너무 간지나고요. 다 줍거나, 골동품 상점 가서 며칠 동안 그것만 먼지 묻은거 사고 그러는데, 그런 걸 기본적으로 작품에 녹여요. 나얼씨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모든 소품은 99퍼센트 다 저희 거에요. 산 것보다 주운 게 더 많아요. 심지어 나얼씨가 더 많아요 엄마급이에요. 길가다가 브레이크를 밟아요 "야 저기, 저거 주워와”

 

Q. 감독님 뮤비 특징 중 하나가 ‘감정의 극대화’라고 생각해요. 찌질한 사람들이 아무도 못 본 장면을 본다고 하셨는데, 찌질한 사람들은 일상을 살다보면 지금 당장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지 않으면 일상이 먹히잖아요. 어떻게 해야 감정에 안 먹히고 크리에이티브로 풀 수 있을까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서 잠식 되는 경우를 말하시는 거죠? 감정을 여과하는, 거르는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찌질한 사람으로만 살아야할 거에요. 그걸 어떻게 작품에 녹일까가 문제인데. 제가 지망생일 때는 모방만이 살길이다 생각 해서 좋은 작품을 계속 봤어요. 거의 박명천 감독님 작품만 봤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분 작품을 흉내내고요. 

  그리고 전 당시에도 ‘찌질함’ 자체를 나쁜 게 아니라, 분명 어딘가 써먹을 수 있을 거야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그래서 어떤 지경에 이르냐면요. 이십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정말 외로웠고, 계속 여자친구 사귀고 헤어졌는데요. 이별했을 때 감정이 좋더라고요. 우울한 그 상황이 굉장히 잘 맞아요. 청승 맞게 술을 먹는다던지. 똑같은 음악을 한 달 내내 듣는다던지. 그런 딱 병신 같은 제 모습이 편했어요. 내가 해피하고 긍정의 힘으로만 살아서는, 그러기만 하면 내가 무슨 그런 슬픔을 다룰 수 있을까. 이게 나랑 어울리는 거야, 어울리는 삶이야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거 같아요. 

Q.감독 지망생 시절에 그런 (찌질한) 감정만 커지고 개발이 안된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자기 자신을 어떤 회사에 집어 넣어보세요. 그럼 끝나요. 면접을 보고,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컨셉이 나오고. 하다못해 알바라도 하면서 어느 조직 속에 들어가면. 내가 생각하던 것과 다른 욕망+비전 속에 자기 자신이 들어가잖아요. 그럼 싫으나 좋으나, 나를 고용한 사람이 나를 찌질하게 두지 않아요. "어~너는 찌질한 거 같은데 개발시켜줄게" 하고 욕을 먹던 뭘하던, 누군가 끌어주는 단계로 넘어가요. 그래서 그 때부터는 자기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게 영상이 아니더라도, 케어 받게 되거든요. 저도 그런 케이스에요. 내가 대체 뭘할 수 있을까? 어설프게 조감독이 됐고. 싫으나 좋으나 욕도 먹어 가면서 일하고. 첨부터 자기 발전을 전부 다 자기가 할 수는 없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도 필요해요. "넌 이게 좋고 이게 병신 같애" 이야기 해주면 아, 그렇구나- 이러면서 아프지만 받아들이기도 하며 개발이 되기 시작한거거든요. 전 그게 자연스러운 방식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송원영 감독의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 포스팅이 업로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