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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품은 노래, 뮤지션 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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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궤도를 벗어나 스스로 영역을 넓혀가는 이 시대의 오디티들의 이야기 '오디티 토크'. 다섯 번째 주인공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에 섰고, 올해에는 밴드 멤버들과 해외를 오가며 투어를 했지만 판소리, 헤비메탈 밴드를 하기도 했습니다. 비로소 스스로의 '일상' 같다고 말한 음악은 어떠한 시도와 도전을 거쳐 만들어졌을까요. 지난 앨범 <노마드 신드롬> 그리고 투어, 커피, 영상 이야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 지난 글 영감을 주는 것들 [최고은 편]에 이어, 6월 26일 광화문 위워크에서 열린 오디티 토크의 후기 포스팅입니다. 


어떻게 만들어? 그래서 직접 만들기 시작한 앨범 

"고은아 니가 더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어" 

저를 가장 스스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음악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만의 어떠한 느낌을 갖고 일상을 살고 싶어서 음악을 하고 있고, 또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고요. 그래서 출퇴근하는 직업 말고, 자유롭게 내 시간을 운용하는 사람이고 싶어서 음악을 선택했는데요. 얼마 전에 엄마가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고은아 니가 더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어"라고. 내가 여유가 없어졌나? 잠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 삶은 일상을 살고 음악을 만들고 부르고, 그게 모여서 앨범이 되는 반복이에요. 일상을 살고 음악을 하고 앨범을 내고. 다시 또 일상-음악-앨범 이걸 8년 째 하고 있어요. 

오늘 저를 처음 보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제 이야기의 시작점은 바로 이 1집 앨범이 될 거 같아요. 앨범을 처음 낼 때 어떻게 내야할 지 몰랐는데요. 그 때 프로듀서 친구가 “너의 음악은 여러가지 나무의 결을 모아놓은 거 같아” 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앨범 커버는 노래랑 똑같아야지" 하고 직접 나무로 만들기 시작한 게 이 1집이에요. 집에서 D.I.Y로요. 쉬지 않고 미싱을 돌리면 하루에 15개 만들 수 있고요. 총 1000개를 만들었습니다.

 나무의 결을 담아낸&nbsp;최고은 1집 아트워크.

나무의 결을 담아낸 최고은 1집 아트워크.

"어떻게 만들지?" "이번엔 내 노래가 지도 같았으면 좋겠어" 해서 만들기도 하고. 이렇게 하다보니 받아보시는 분들이 감동하셨나봐요. 매 번 1000장이 다 팔렸어요. 그래서 계속 사람들이 직접 만들 수 있는 앨범을 냈어요. 노래는 똑같지만 각자의 취향대로 만들어보실 수 있게.

최고은이 직접 설명하는 [XXXY] 음반 조립하기

"음악 어떻게 만들지? 앨범 어떻게 만들지?" 그걸 몰랐고. 일단 내가 알아야 남한테도 설명할 수 있고 누구한테 같이 할 수 있겠구나 해서 시작한 게, 첫 단추를 잘못 꼈는지 8년 동안 직접 다 DIY만들고 있고요. (웃음) 저의 이 굴레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이렇게 발표 해왔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향유하는 최고은만의 방식 

 하나 하나 만들다보니 흐름이 생겼어요. 정규 앨범을 내기 까지 3장의 이피를 내자. EP를 내는 동안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해보고, 정규 앨범 때는 그동안 배운 걸 모아서 하나의 완성체로 내자고요. EP 세 장. 그리고 나서 정규 앨범이 나온 다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제 목소리에 집중한 앨범 하나 냈어요. 그리고 작년에는 실험성 짙은 <노마드 신드롬>이라는 두 번째 EP 앨범을 냈고요. 

 EP2-2 '노마드 신드롬' 앨범 커버

EP2-2 '노마드 신드롬' 앨범 커버

이런 흐름들 속에서 많은 것들을 만나게 됐어요. 운이 좋게도 해외 페스티벌에도 참여하게 됐고. 최초의 타이틀을 스스로 갖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면서도, 그 걸 가졌을 때 쾌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저희 엄마가 제게 말한 것처럼 여유를 갖는 일. 모두가 똑같은 일상은 아니라, 조금씩 다 다른 각자의 일상을 살고 계실텐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상과 음악을 어떻게 일궈왔는지 이야기 하고 싶어요. 

 한국 뮤지션 최초.&nbsp;세계 최대 페스티벌인&nbsp;글라스톤베리에 2년 연속&nbsp;초청되기도 했던 최고은

한국 뮤지션 최초. 세계 최대 페스티벌인 글라스톤베리에 2년 연속 초청되기도 했던 최고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만든 음악 '노마드 신드롬'

   올해는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유럽 5개국, 6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어요. 그 안에서 많은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함께 마시게 될 커피는 최근에 발매한 앨범은 <노마드 신드롬>이라는 앨범을 내면서 함께 만든 커피입니다. 

 트랙 별로 블렌딩된 앤트러사이트 커피

트랙 별로 블렌딩된 앤트러사이트 커피

 앨범을 여러 번 내고 나니까 "음악을 어떻게 더 잘 향유할 수 있지?" 란 고민이 꽤 커지더라고요. 음악을 향유하는 삶. 굉장히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향유가 어떻게 하면 깊어질 수 있지? 생각해보면. 영상과 함께 했을 때였고 또 스스로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은 커피가 있었던 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영상과 커피가 함께 하면 좋겠다. <노마드 신드롬> 앨범 트랙 별로 나온 이 커피는 제가 일 년 동안 근무하기도 했었던 앤트러사이트에서 만들어주셨어요. 

  <노마드 신드롬>을 함께한 밴드 멤버들 역시 모두 각자 다른 밴드를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최고은'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나서 하고 있는데요. 이번 투어 중 어느 순간에는 저희 서로가 하나의 밴드 사운드로 이해된 적이 있었어요. 투어를 하면서 다같이 3주 정도 강제로 합숙을 했는데 그게 또 알게 모르게 음악적으로 풀어나가는 힘이 됐고, 많은 게 해결 됐던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노마드 신드롬>의 두 번째 트랙, 'Highlander'라는 노래는 저희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는 음악으로 생각하는 트랙입니다.  

투어를 마치고 멤버들과 기념공연에서 부른 ‘Highl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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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서로를&nbsp;다독이는 멤버들&nbsp;(출처: 최고은 유럽 투어 다큐멘터리)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서로를 다독이는 멤버들 (출처: 최고은 유럽 투어 다큐멘터리)

음악이라는 길이 누가 먼저 알려주는 게 아니고. 시작하려는 사람들 혹은 또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방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때로는 정답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영화 <위플래시>를 보면 교수님의 마음을 받기 위해서 자기의 한계치를 끌어나가고, 끌림을 당하고. 어떠한 열반에 오를 것 같은 그런 상황들이 있잖아요? 근데 과연 음악이 열반으로 가야만 하는 길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는 <위플래쉬>

 
“사람들 스스로의 힘으로 어제의 이야기를 올바르게 다시 잡는 일.
지금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희망을 말하고, 내일을 위해 아름답고 정의로운 것들을 지켜 나가는 일. 우리들이 하이랜더(Highlander)이다 ” 
 

  저는 그런 길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내가 지나왔던 과거의 풍경들과 지금의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함께 하는 사람들과 만들어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노마드 신드롬> 앨범에는 과거의 저희의 발자취, 함께 만들어왔던 것들이 다 담겼어요. 앞으로의 미래는 또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바로 앞에.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을 가꾸는 마음으로 'Ordinary Songs' 프로젝트

오디너리 송즈 프로젝트는 'Highlander'와는 결이 많이 달라요. 그렇지만 제가 말하고 싶었던 일상을 가꾸는 사람의 마음, 그런 마음으로 투어를 떠날 때마다 한 번씩 기록으로 남기는 라이브 영상을 많이 찍고 있어요.  

브레멘의 세탁소에서 찍은 또 다른 오디너리 송즈 프로젝트.

되게 자연스럽게 시작되기도 해요. 투어 일정으로 갔던 마드리드에서는, 공연이 없던 날에 숙소 근처 공원에 가서 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상감독님이 "고은씨 여기서 부를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하다가 찍은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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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촬영된 마드리드 영상의 장면들&nbsp;(촬영: 이인규, 권철)&nbsp;

그렇게 촬영된 마드리드 영상의 장면들 (촬영: 이인규, 권철) 

 

아직 끝나지 않은 노마드 신드롬

음악은 처음 시작은 저에게서 멜로디로, 가사로 나오지만. 사실 완성에 있어서는 함께 했던 멤버가 있어서 가능했어요. 특히나 <노마드 신드롬>은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 되는 데까지 앨범이 나오고도 아직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어요. 어떤 길을 만들어가는 뮤지션의 삶을 8년 정도 살다가, 현실성을 갖자는 마음으로 예술의 치유성을 담고자 노력한 앨범이라, 그대로 끝나는게 조금 아쉬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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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방식을 지금도 늘려가고 있어요. 노래로서 끝나는게 아니라 다른 영역에 있는 분들과 함께 '노마드 신드롬' 그리고 우리가 정서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삶에 대해 화두를 가지고 풀어보려고요. 정착이라는 게 조금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보니까.

 그 이야기를 커피로도 풀어보고 사진으로도 풀어보고. 전시로도 풀고요. 그런 저희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거거든요. 앞으로 책도 한 권 나올 예정이고, 7월 중순에는 사진작가 여섯 분이 사진으로, 저희 밴드의 이야기 그리고 공간이 담아낼 수 있는 노마드 신드롬의 이야기를 풀어서 전달 드릴 예정이니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