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블립 앱 PM 안드레, 데씨

 

스페이스오디티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잠시 쉬고 있던 스페이스오디티 아티클을 이제부터 다시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열정적으로, 때로는 오디티스럽게 흘러가는 저희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보여드릴게요.

가장 먼저 준비한 건 현재 스페이스오디티의 핵심 프로덕트 블립 앱을 이끄는 두 PM, 안드레와 데씨의 인터뷰입니다. 그럼 바로 만나볼까요?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드레 l 안녕하세요, 저는 블립 프로덕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안드레입니다. 블립 앱의 전반적인 관리, 서비스 기획 등을 총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퍼블리라는 컨텐츠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어요. 마케터로 시작해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업무를 바꿨고, 주로 컨텐츠 기획을 했습니다. 스페이스오디티 처음 들어온 것도 원래는 컨텐츠쪽 프로젝트 매니저로 들어와서 1년 정도는 매거진 컨텐츠를 만들었고 블립 앱을 준비하면서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벌써 3년 정도 지났네요.

데씨 l 저는 데씨고요, 안드레와 같이 프로덕트 매니저로 재직 중입니다. 직전에는 카카오톡 기획팀에서 인턴으로 있었고, 스페이스오디티에 입사해서도 기획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블립 앱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안드레 l 케이팝 팬들이 덕질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는 앱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덕질을 그저 ‘도와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팬 한 명 한 명이 덕질의 히스토리를 쌓고 확산시킬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고요.

데씨 l 지금은 ‘덕질 친구’ 같은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라고 하면 덕질에 대해서 좀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이니까요. 내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같은 것을 좋아하는 다른 친구들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덕메이트’같은 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안드레 l 원래 슬로건이 ‘내 손 안의 덕메이트’ 였어요. 완전 초창기는 블립 앱 자체가 팬들에게 덕메이트같은 존재가 되자라고 생각해서 지었는데, 점점 지향하는 바는 앱 안에서 덕메이트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의 역할로 나아가려 하고 있어요.

-두 분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어 있나요?

안드레 l 저는 블립 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어요.

데씨 l 저는 블립마켓을 메인으로 담당하고 있어요. 블립마켓은 인앱 서비스기도 하고 외부로도 접근이 가능한 서비스구요. 마켓과 함께 앱 일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블립 앱 써클만의 특별한 일하는 방식이 있는지?

안드레 l 블립 앱 써클의 장점은 커뮤니케이션이예요. PM끼리만 기획을 해서 타 부서에 넘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디자이너, 개발자 등 관련된 모든 요원과 논의하는 미팅을 진행해요. 이런 형태를 요즘은 애자일 조직이라고도 많이 부르더라고요. 일단 다른 직무의 사람들과 협업을 하면서 오는 만족감이 커요. 시야가 넓어지고, 각자 맡은 메인 롤에서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또 빠른 타이밍에 낼 수도 있고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서 업무 내용이 누락된다거나 하는 일이 잘 발생하지 않아요.

데씨 l 저도 제일 먼저 떠오른 부분이 안드레가 말한 부분이예요. 또 다른 부분이 있다면 프로젝트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 이전 회사에서 기획했을 때를 비춰보면 기획 후 출시까지 다른 직무의 작업을 기다리느라 세네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여기서는 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다 같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다같이 고민해서 바로바로 진행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블립 식으로 정례화된 업무 루틴이 있을까요?

안드레 l 프로젝트 루틴으로 보자면 한 달에 한 번은 버전 업데이트를 하고 있어서, 버전 기준으로 싸이클이 돌아갑니다. 업무 프로세스라면 분기별 OKR을 잡고 그 OKR을 달성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는 아이디어를 짜는 과정이 습관화되어있어요. 거기서 나온 아이템을 저와 데씨가 나눠서 기획 픽스하고 디자인, 개발이 붙어서 쭉쭉 업무를 진행하고요.

서로 다른 아이템을 기획하기 때문에 같은 PM이지만 상호 피드백도 가능하고, 다른 직무의 요원들과도 조율 미팅을 진행하고요. 기획이 끝나면 위에 얘기한 것처럼 써클 전원이 모여 최종 스펙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요. 저희 디자인 요원은 기획자가 요청한 기획안만 가지고 완성하는 게 아니라 아이템에 대해 최소 두세개의 시안은 작업을 해주셔서, 거기서도 또 최선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겨요. 디자인까지 픽스가 되면 개발자가 개발작업을 진행하고요. 배포가 되고 나면 데이터를 담당하는 그로쓰센터 요원이 리뷰를 해주고, 그를 바탕으로 또 다른 아이템을 선정하고 있고요.

-블립 앱 런칭 후 3년인데, 지금의 형태가 되기 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안드레 l 처음엔 ‘덕질 포털’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어요. 덕질할 때 불편한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서베이를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덕질의 페인 포인트를 바탕으로, 그 내용을 전부 다 해결해주자는 생각으로요. 데이터도 볼 수 있고, 아티스트의 스케줄과 소식도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고, 다른 팬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는 올인원 앱을 지향했죠.

근데 막상 출시하고 나니 이 앱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은 예상과는 다르게 ‘스케줄’ 이더라고요. 사실 스케줄에 집중할 생각은 없었는데, 유저 반응을 보고 3.0 버전 업데이트는 완전히 ‘스케줄’에 초점을 맞췄어요. 시작화면부터 스케줄 중심이라는 게 보이도록 큰 개편을 한거죠. 알림, 스케줄 번역 등 스케줄에 관련한 부가적인 기능도 추가하고요.

3.0 이후로는 스케줄 기능을 통해 유입된 유저들의 리텐션을 높이기 위해 앱에 더 잔존시킬 기능을 고민했어요. 여기서 도출된 ‘덕질 다이어리’ 개념인 팬로그를 올해 1월에 추가했고요. 팬로그는 덕질 기록을 쉽고 편하게 남기는 기능인데요, 저희가 스케줄이라는 큰 강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스케줄 연동을 통해 캘린더 형태로 몇 초 만에 기록이 가능한거죠. 여기에 캘린더뷰를 도입해서 꾸미는 데 니즈가 있는 분들에게도 만족감을 드리고 있죠.

-팬로그 출시 후 두 달이 지났는데요, 내부 평가나 유저 반응은 어떤가요?

데씨 l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처음에 논의하고 기획한 예상치만큼 유저분들이 좋아해주고 계시다고 생각이 들어요. 스케줄 연동, 사진 등록을 많이 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그 기능들을 중점적으로 사용해주시더라고요. 런칭 후 앱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들이 많이 보여서 저는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드레 l 저희가 팬로그 내면서 핵심적으로 보려던 지표가 몇 가지 있는데요. 공개적으로 이를 밝힐 순 없지만 지금까지의 결과치를 이렇게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 널리 알려진 말에 빗대느라 조금 과장하긴 했지만 한 번 팬로그를 써보신 분들이 계속해서 작성을 하시는 경향이 있고 그 수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감사한 부분이죠.

-유료 상품인 ‘슈퍼블립’을 지난 주 출시했는데, 이 기획에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썼나요?

안드레 l 처음 내는 BM 기능이다보니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그 중에서도 어떤 유저층이 이 상품을 많이 사용하실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기존 유저층에게 유틸리티 확장성을 줄지, 미래에 좀 더 유입시키고픈 타깃층에 어필할 수 있는 소셜성 기능을 줄지요. 그래서 이번 첫 출시는 두 안을 절충해서 내보기로 했어요. 기존 유저층을 위해서는 아티스트 팔로우 수를 늘릴 수 있는 기능, 멤버 소식 필터링 기능, 후자는 팬로그를 꾸밀 수 있는 스티커 기능, 이미지 제한 해제 기능 등이죠. 아직은 BM 출시 후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계속해서 반응이나 서베이 등을 통해 개선해나가려고 합니다.

데씨 l 저는 개인적으로 VOC, 유저 인터뷰 등을 통해 들어왔던 의견들을 주목해서 봤던 것 같아요. 글로벌 유저는 주로 멀티스탠이 많아 아티스트 팔로우 확장 기능을 원하고, 한국 유저는 한 그룹을 깊게 파는 경향이 있다보니 멤버 필터링이나 알림 구분 기능 등에 대한 요청이 컸었죠. 평소에 모니터링했던 의견들을 종합해서 반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블립 앱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안드레 l 앱 출시 후 주기적으로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설문조사는 많이 참여해주시는데 심층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유저는 아무래도 그에 비해 소수잖아요? 근데 저희가 런칭 초기에 인터뷰했던 오마이걸 팬 분이 한 분 계시는데, 얼마 전에 그 분과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심층 인터뷰를 신청해주신 많은 분들 중에 랜덤으로 필터링 없이 뽑아서 진행하는데도 우연히 또 뵙게 되어서 신기했습니다. 또 여태까지 계속 블립을 사용해주시고 한결같이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다는 증거라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데씨 l 저는 행사가 있어 블립 앱을 소개 차 뉴욕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만난 미국 유저분이 계세요. 보아 님의 티셔츠를 입고 계셨었는데요. 어떻게 저희를 아시냐고 여쭤봤더니 블립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앱까지 알게되신 분이었어요. 이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저에게 계속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어요. 케이팝 아카이빙하고 계신 것을 공유하시기도 하고, 미국팬들이 덕질하는 이야기, 심지어는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고까지요. (웃음) 글로벌 현지팬이 직접 덕질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저희에겐 너무 큰 도움이 되었죠.

저희는 늘 케이팝을 좋아하는 한국팬과 글로벌팬의 양쪽 입장을 한 번에 두고 고민해야하는 게 있는데요, 팬로그 출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글로벌 수요가 궁금해서 그 분에게 조언을 구했었고 그 분이 아카이빙에 대한 니즈가 확실히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셔서 더욱 이 기획에 확신이 생겼었죠.

-블립 앱을 위한 두 분의 노력이 많이 느껴지네요. 그럼 블립 앱을 떠나서, 각자의 커리어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안드레 l 저는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었거든요. (웃음) 퍼블리 전에 리디북스를 다녔었는데 마케팅으로 일을 시작했었어요. 마케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여기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직무를 두 번 바꾸게 된 거죠. 처음 PM일을 시작할 때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일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 PM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잘 알고 있고 저의 개인적인 성향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는 PM으로서 더 확실히 성장하고 싶단 생각이고요. 그를 위해 데이터 분석 역량도 키우고 있고, 유관업무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피그마 디자인 툴도 배우고 있어요.

데씨 l 저도 사실 졸업 직후 직무는 마케팅이었어요. 1년 반 동안 마케팅을 하다가 인턴을 하면서 팀이 바뀌게 된 케이스에요.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기획으로 나오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걸 보니 엄청난 희열을 느껴요. 그래서 저도 PM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다만 아직 저는 주니어라 경험해봐야할 게 많다고 생각해서, 타사의 기능이나 테크 뉴스 같은 것도 꾸준히 읽는 등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블립 마켓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고 해서 요즘 생각하는 건데, 글로벌의 케이팝 소비 니즈를 채워주기 위해 마켓 기능을 지금보다 더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두 분의 성장을 저도 응원할게요. 마지막으로 블립 앱 유저에게 한 마디하고 끝낼까요?

안드레 l 모든 유저분들께 감사드리지만, 특히 출시된지 얼마 안된 슈퍼블립 기능을 구매해주신 유저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는데요. 첫 결제 해주신 유저분은 정말 앞으로 절대 못 잊을 것 같아요. 예상치도 못하게 쿠웨이트에서 결제를 해주셨거든요. 그 구독자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 드리고 싶어요. 저희도 블립 유저분들의 의견을 깊이 있게 청취해서 원하시는 기능을 앞으로도 계속 정체하지 않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려고 합니다.

데씨 l 저도 마켓 해외결제 처음으로 오픈했을 때가 생각나는데 텍사스에서 첫 결제를 해주셨었어요. 첫 결제라 진짜 눈물날 뻔 했었거든요. 모든 유저분들께 앞으로도 애정 갖고 블립을 사용해달라는 말씀 드리고 싶고, 불편함에 대한 의견도 저희에게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시면 너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제나 의견을 듣고 앱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할게요!


스페이스오디티의 일하는 방법을 포착하는 ‘How We Work’, 다음 편에서 만나요. ✨

 
Karin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