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것들' [프로듀싱 그룹 모노트리 편]

 

오디티토크 8번째 주인공은 프로듀싱 그룹 모노트리입니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크레딧에서 발견했을 이름의 주인공. 동방신기, 소녀시대, 트와이스부터 엑소, 이달의 소녀, 레드벨벳, 갓세븐 까지. 오랜 시간 동안 케이팝 뮤지션들과 함께하며,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만들어온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현재까지 200곡이 넘는 곡을 만들어왔다고.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획자, 경영인으로서 후배 작곡가들과 함께 하는 모노트리의 지하이(G-High), 황현, 이주형.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지 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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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주는 음악

지하이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

1)Anderson. Paak - Till It's Over

평소에도 앤더슨 팩을 좋아했지만 이 곡은 사실 광고를 통해 알게 됐어요. 애플 홈팟 제품의 광고 영상의 음악으로 먼저 나온 곡인데요. 영화 <Her>를 만들기도 한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한 광고입니다. 초기에는 기존 음원 유통 사이트에 음악을 공개하지 않아서 이 음악을 듣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계속 봤어요. 영상으로 먼저 음악을 공개하는 시도 자체가 음원과 영상 콘텐츠의 플랫폼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주형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

1)자화상- 나의 고백

“하루해가 저물어 어둠이 다가오면”

첫 소절 하나로 한방에 뮤지션 나원주 마니아로 만들어버린 듀오 “자화상” 시절의 첫 앨범 타이틀곡. 팀 해체 이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이 금지된 앨범이라 꼭 CD로만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곡. 유행이 아닌 진심을 전달하고자 했던 저의 초심을 리마인드 시켜주는 곡입니다. (2018년에 발매된 “나원주”의 최근 작품들을 듣고 20년이 지났음에도 변치 않은 음악적 색깔과 순수함에 많은 감동과 반성을 느끼게 해준 아티스트입니다)

2)Melody Gardot - Baby I’m A Fool

“Cos Baby I’m a fool who thinks it’s cool to fall”

우연히 스포티파이의 추천으로 알게 된 미국 재즈 보컬리스트. 매번 곡 작업을 할 때마다 가장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은 보컬의 표현 방법인데요. 저의 고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목소리가 얼마나 대단한 악기인지 매번 깨닫게 해주는. 담담하지만 엄청난 표현력과 진심이 담긴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현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

1)Kirinji - エイリアンズ(에이리언즈)

2000년에 발표된 곡으로 일본 형제 듀오를 주축으로 한 밴드 키린지의 곡입니다. 음악을 만듦에 있어 텍스트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저에게 큰 영감을 주는 곡입니다. ‘에일리언’이 아닌 다른 단어로 대체 되었다면 뻔한 사랑 노래의 가사가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요. 리하르트 데멜의 시 ‘정화된 밤’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이 곡의 가사를 보았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쇤베르크가 그 시의 영향을 받아쓴 곡 ‘정화된 밤’을 대중음악으로 부드럽게 재해석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물론 확인된 바 없습니다ᄒᄒ)

2)Alejandro Sanz - Me ire

스페인 뮤지션 알레한드로 산스의 곡입니다. 스페인어 특유의 많은 음절 때문에 마치 레치타티보(Recirativo, 오페라에서 말하듯이 노래하는 스타일)처럼 들리다 코러스 파트에서는 절정에 치닫는 아리아(Aria)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발라드 음악에 있어서 편곡적인 한계에 부딪힐 때 자주 듣는 곡이에요.


영감을 주는 비디오

지하이에게 영감을 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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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머니볼>(2011)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보다 떠오른 일을 실제로 시도하는 것이 더 어렵고 값진 것 같아요. 남들이 하지 않았던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내서 더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브래드 피트가 나온 영화 자체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주형에게 영감을 주는 드라마

넷플릭스 <Breaking Bad>

저는 감정을 설명하기보다는 어떠한 감정 상태에서 나오는 행동이나 습관, 표정 등을 가사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편인데요. <Breaking Bad>란 드라마가 딱 그랬던 것 같아요. 단순히 ‘마약 범죄’ 드라마인 줄로만 알았던 이 작품은 소재만 그럴 뿐 딱히 자극적이지도 않고. (사실 초반 시즌은 꽤 지루한 편이라 잠들기 전에 딱이었습니다) 아주 느린 속도로 각 캐릭터의 사정과 입장, 이기심과 연약함 등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이게 누가 악이고 선이라기보다는, 모두가 다 이해되고 누구나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더 빠져든 것 같아요. 작품을 다 보고 난 후에는 주인공 한 명의 스토리라기보단 여러 명의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었습니다. 소재와 정반대로 너무나 아름다운 뉴멕시코의 자연 배경이 인상적인, 배경 음악조차 꼭 필요한 장면에만 배치한. 그래서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드라마입니다.

황현에게 영감을 주는 드라마

넷플릭스 <Love, Death & Robots>

18개의 에피소드가 모여있는 애니메이션이자 넷플릭스 시리즈. 저에게 큰 영감을 줬습니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 시리즈 중에 어느 한 작품이 좋았다기보다는, 이렇게 액기스만을 자극적으로 모아 놓은 형태의 작품이 나왔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세상에 없던 고퀄의 시놉시스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으며, 작품당 10분 남짓이지만 100분 이상을 상상하게 만드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영감을 주는 일상

지하이 “닌텐도를 할 때”

사실 이것 말고도 많이 있지만 다르게 이야기해도 저의 Co-worker (황현, 이주형) 들이 게임으로 몰아갈 것 같아서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바쁘고 잠을 못 자는 한이 있어도 자기 전에 게임은 꼭 하는 편입니다. 저는 그냥 게임 마니아라서 하는 건데, 주변 지인들 얘기로는 이렇게 게임을 하기 때문에 제가 계속 리프레시(refresh)되고 영감을 받게 되는 거라고 하네요. 저의 현실 도피용 동굴로 큰 역할을 해주는 건 틀림없는 것 같아요.

이주형 “지인과 대화할 때”

가능하면 가장 솔직한 저의 이야기를 곡에 담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기에 종종 사적인 모임에서 주변 지인들과 고민이나 경험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세상 이야기보다는, 정말 쉽게 말 못 하는 의외의 인간적인 부분들이 나왔을 때 꽤 많은 영감이 생기는 거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느낀 공감을 노래로 표현했을 때만큼 행복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황현 “반복 되는 일상”

제 일상은 주 7일, 집에서 작업실이 있는 회사(모노트리)로 출퇴근하는 단조로운 삶입니다. 휴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울 게 있겠냐마는 이곳에서 나이테처럼 새겨지는 동료들과의 추억들이 내겐 큰 영감이 되는 거 같아요.


Oddity Talks Ep.08 - 모노트리가 말하는 ‘변화하는 음악 씬, 진화하는 작곡가'
- 7월 4일(목) 저녁 7시 30분
-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오디티 토크8은 솔드아웃 되었습니다.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일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후기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