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ity meets oddity : 일러스트레이터 박상혁

 

‘Oddity meets oddity’ 는 그동안 스페이스오디티와 함께 재미있는 일에 동참해 온 크리에이터이자, 진정한 ‘오디티'들을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스페이스오디티 1주년 굿즈였던 ‘All About Space Oddity’ 스티커 디자인을 함께 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박상혁 작가인데요. 단순해 보이지만 역동감 넘치고 임팩트 있는 작업으로, 스페이스오디티 뿐만 아니라 수학 교과서부터 GQ 매거진, SK, 질 스튜어트 등 다양한 매체, 브랜드와 협업 해오고 있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일러스트레이터 겸 그래픽 디자이너 박상혁입니다. 라인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아트웍과 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으며, 주로 커머셜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질스튜어트 스포츠와 2019 S/S 티셔츠 그래픽 작업을 했는데, 제가 지향하는 일러스트 기반의 그래픽 디자인 작업이 잘 표현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질 스튜어트 스포츠 X 박상혁

질 스튜어트 스포츠 X 박상혁

그림을 폰트처럼 굵기에 따라 느낌을 다르게 작업하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찾은 작업 방식인가요

무엇을 작업하든 가장 중요한 게 지속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하려면 일러스트가 유연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유연함을 가지는 일러스트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디자인과의 결합이 용이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서체를 통해서 일러스트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캐릭터를 서체화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요.

동일한 캐릭터여도 굵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박상혁 작가의 작업 방식

동일한 캐릭터여도 굵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박상혁 작가의 작업 방식

표현하면서 가장 중심을 두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라인 두께가 변해도 동일한 일러스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작업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초기에는 최대한 두꺼운 라인으로 그리면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작업했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두꺼운 라인의 일러스트는 자연스럽게 얇은 라인으로 변화를 주더라도 동일한 일러스트의 모양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두께가 변해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셰잎(Shape)에 신경 쓰는데요. 올림머리 스타일로 그리거나, 특정 상황이 아니라면 앞모습이 아닌 주로 옆모습으로 작업합니다. 미니멀한 형태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형태를 추구하며 작업하지만 미니멀함 그 자체보다는 미니멀함이 갖고 있는 유연함에 더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체화된 캐릭터와 점, 선, 면이 주는 미니멀함으로 같지만 다른,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금성출판사와 작업한 수학교과서 표지

금성출판사와 작업한 수학교과서 표지

미니멀 하면서도 일러스트에서 리듬감, 역동감이 느껴져요

미니멀한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달리 보면 비어 보이거나 심심해 보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구성 요소의 강약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작업합니다. 금성출판사 수학 교과서 작업처럼 아이디어에 힘을 싣거나, 구성의 안정감, 여백의 흐름, 컬러의 보색 대비, 라인의 다양한 형태(직선, 곡선, 꼬불꼬불 등등) 등에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한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덕분이 아닐까요. 현재 저의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향받은 작업이나 작가가 있다면요

그래픽 디자인하면서 고려하는 것들을 일러스트 작업 하면서도 동일하게 고려하면서 작업하는데요. (구성의 안정감, 여백의 흐름, 컬러, 그래픽 요소 등) 결국 저는 일러스트로 보이지만 디자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고가 가능했던 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한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덕분이에요. 현재 저의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 한다는 것

다니시던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2008년부터 UX 디자이너로 에이전시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당시에 스마트폰이 보급 되면서 UX 디자인이 중요 해졌는데요. 콘텐츠의 차별화가 곧 경쟁력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인과 일러스트가 결합된 콘텐츠를 작업해보면 어떨까라는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Agent89 프로젝트와 함께한 작업. Pink floyd의 ‘eclips’ 의 싱글 앨범자켓을 새롭게 표현했다.

Agent89 프로젝트와 함께한 작업. Pink floyd의 ‘eclips’ 의 싱글 앨범자켓을 새롭게 표현했다.

프리랜서로 환경이 바뀌면서 어려움이나 불안감은 없었을까요

처음부터 프리랜서를 하려고 시작했던 일은 아니에요. 딱 3년만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만뒀어요.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어떤 식으로 결합하고 풀어나갈지에 대해서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하려고 했습니다. 짧은 않은 시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자금이 있어서 퇴사 이후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한 불안감이나 조급함을 조금은 덜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작업 의뢰가 하나, 둘 들어오면서 생각했던 것 보다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색깔' ‘내 것’을 찾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이 있을까요? SNS가 발달하면서 카피도 많아지고 ‘네 것’과 ‘내 것'의 경계도 점차 모호해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는 작업에 저의 색채가 너무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리는 캐릭터만 인지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두꺼운 라인으로만 작업을 한다면, 제 색채는 좀 더 강해지겠지만 작업의 유연성은 떨어지고 카피도 더 쉬워지거든요. 다양한 두께로 표현한 각각의 작업들을 쌓아가면서 특정 스타일이 아니라 무드, 분위기로 전달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작업이 안 될 때 슬럼프를 극복하는 작가님만의 방식이 있다면요

저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면서 매너리즘을 해소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일러스트 작업이 안되면,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요. 두꺼운 라인의 일러스트가 잘 안되면 얇은 라인으로 하고요. 진행이 안 되는 작업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작업으로 매너리즘을 피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접어뒀던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 좀 더 잘 되기도 해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좋아하는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가 궁금해요

6699press의 이재영 디자이너님의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디자인에 담긴 디테일과 절제된 느낌, 메시지 등이 너무 좋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디자인과 일러스트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절제된 디자인이라고 할지라도 그 안의 있는 요소 하나하나가 의미와 이유가 있다는 것이 디자인의 어려운 점인 동시에 매력인데요. 저 역시 그런 부분들을 일러스트에 녹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개인 작업 ‘빛나는 한 컷’ 으로 SKT와 만든 콜라보 엽서 중 하나.

개인 작업 ‘빛나는 한 컷’ 으로 SKT와 만든 콜라보 엽서 중 하나.

agent 89와 함께 했던 프로젝트. 비틀즈 앨범을 조금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한 아트워크.

agent 89와 함께 했던 프로젝트. 비틀즈 앨범을 조금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한 아트워크.

평소에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스포츠, 음악, 영화 등등 다 좋아합니다. 특히 ‘빛나는 한 컷’이라는 제목으로 해온 개인작업이 있는데요. 영화의 한 장면이나 포스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이에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특정 뮤지션이 있는 건 아니고요. 밴드 구성으로 음악 하시는 분들과 협업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 뮤지션이 활동하는 기간 동안 함께 지속적으로 아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박상혁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 5

1.Lauryn Hill - Doo-Wop

“98년에 나온 노래예요. 흑인 음악에 빠져서 특히 한국 힙합/R&B 음악을 즐겨 들었었는데요. 로린 힐의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앨범을 접하고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들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작가 필명으로 doowop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Linkin Park - Faint

“한 곡을 골라야 해서 ‘faint’로 고르긴 했는데요. 대학 시절에 항상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린킨 파크 노래였습니다. 듣고 있으면, 작업 의지가 쏟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ㅋㅋ)”

3.Coldplay - Fix You

“로린 힐, 린킨 파크 처럼 주로 미국 중심의 해외 뮤지션 음악을 들었었는데요. 어느 순간 영국 락의 매력에 빠져서 오아시스, 뮤즈, 킨 등으로 플레이리스트가 바뀌었습니다. 그중에 콜드플레이의 ‘fix you’. 가사를 이해하지 않아도 음색, 사운드만으로 모든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 너무 좋아요.”

4.N.EX.T- HOPE

“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넥스트. 전주의 일렉기타 사운드가 당시 고등학교의 저를 흥분하게 만들었던(ㅎㅎ)”

5. ‘봄날은 간다' OST - 그해 봄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인데요. 가수가 아닌 출연배우 유지태가 불러서 더 애잔한 느낌이라 영화의 느낌을 더 배가 시켜줬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스오디티와 함께한 1주년 기념 굿즈 작업은 어땠나요

스페이스 오디티 인터뷰라서 드리는 말씀은 아니고요(ㅎㅎ). 의미가 있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일러스트와 디자인이 적절히 결합된 형태였고 고정적인 스타일에 의존하지 않고 각각의 다른 느낌의 스티커들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졌는데 그게 제가 지향하는 방향과도 잘 맞았고요. 개인 작업이 아니면 일러스트와 디자인이 함께 하는 작업이 많지 않은데 스페이스오디티와 함께 작업하면서 해보고 싶던 작업을 콜라보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업에 대한 생각을 스페이스오디티와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7월에 문화역 서울에서 열리는 그림도시에 참여하게 되어,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그림도시에서 판매할 굿즈 제작, 그림 인쇄 등 참여준비로 분주할 것 같습니다. 재미난 작업으로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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