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드 콘텐츠의 진화, 호러 스릴러 소설이 김사월의 노래가 되다

 

장르적 쾌감이 있는 원천 스토리를 기획, 개발하는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과 음악적 경험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키는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오디티'가 만났다.

탄생 배경부터 독특하고,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조예은 작가의 호러 스릴러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사월'과 만나 노래 ‘사바스'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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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조예은 작가의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오) 김사월의 ‘사바스’ (9월 20일 12:00PM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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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알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하며 음악이 탄생했다. 이건 예술일까 마케팅일까. 안전가옥, 스페이스오디티, 뮤지션 김사월, 소설가 조예은이 만나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스페이스오디티와 안전가옥은 왜 이런 일들을 꾸몄을까?


이야기를 다르게 경험할 수는 없을까?

안전가옥은 “새로운 형태의 독서가 속속 등장하고, 읽지 않고도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 콘텐츠도 늘어나고, 줄거리와 요점을 짚어주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북튜버'*(책과 유튜버의 합성어)도 늘어나고 있다.

이야기를 ‘읽는 것’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기획하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눈으로 읽는 것뿐만 아니라 듣는 것, 이야기가 녹아있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 이런 경험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느끼고 기억하게 만들지 않을까. 일종의 실험을 해보게 된 거죠.
- 안전가옥

안전가옥의 지향점은 스페이스오디티의 지향점과도 닮아 있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하고 입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브랜드 필름을 만들 때도 ‘음원'을 제작했고, 디뮤지엄과 최초의 전시 OST를 만들었다. 스마트폰 화면 비율에 꼭 맞는 16:9 사이즈의 ‘아지트 라이브 세션'과 한국의 20세기 음악을 재조명하는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스페이스오디티가 지금까지 만든 음원들

음악은 다른 콘텐츠와 결합하기 좋은 콘텐츠,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데뷔 플랫폼, 이종교배 플랫폼, 그리고 비어있는 캔버스가 될 수도 있다
—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


콘텐츠의 다양한 툴 중에서도 '음악'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라는 다른 콘텐츠와 결합할 수 있고, 다양한 플랫폼에 쉽게 적용이 가능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음악은 집중도가 꼭 높을 필요가 없고 멀티가 가능하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중에서도 가장 반복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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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사람들에게 콘텐츠로 먼저 다가간다.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고, 고객과 감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참고 글: 브랜디드 콘텐츠를 넘어 뮤직 브랜딩


독특하게 탄생한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안전가옥이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의 요건은 고유성, 동시대성 그리고 대중성입니다. 어떤 창작자가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집중해서 끝까지 다 볼 수 있는 재미를 갖춘 이야기는 언제든 어느 방식으로든 찾으려 노력합니다. - 안전가옥


안전가옥의 슬로건은 ‘모든 이야기들의 안식처’'다. 이야기가 갖는 힘을 믿으며 장르 불문, 취향 불문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을 만들고 싶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성수동에 ‘안전가옥’ 공간을 만들었다. 그래서 창작자를 만나기 위한 공모전과 창작 워크숍도 자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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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의 탄생 배경도 독특하다. 소설의 전신은 조예은 작가가 안전가옥의 창작 워크숍 ‘死주死알롱’에 참여하며 썼던 단편소설 <미아>였다. 안전가옥의 스토리 PD는 이 작품에 반해 다양한 이야기를 추가하는 장편화 작업을 진행했다. 

안전가옥은 “주로 영화, 드라마 업계에서 활발한 협업 시스템이 소설 창작에서도 순기능을 할 것”이라 말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안전가옥의 스토리 PD와 창작자가 작품 개발 프로세스를 함께하는 ‘프로듀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은 ‘프로듀서 시스템’'을 통해 개발하여 출간한 첫 번째 오리지널 장편 소설이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스토리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마법의 젤리라니깐. 평생 꼭 붙어살아.”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중)

조예은 작가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은 가상의 놀이공원 ‘뉴서울파크’를 배경으로 놀이공원에서 의문의 젤리 장수가 나눠준 젤리를 먹은 사람들이 끈적한 젤리가 되어 녹아내리는 사건을 그린다. 사건을 중심으로 악마 숭배자, 인형 탈 알바, 미아가 된 어린아이, 이별을 앞둔 커플 등 아홉 개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그늘진 표정을 애써 지운 채 테마파크를 찾은 사람들과 그들이 품은 심연을 이야기한다.

최지욱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은 제목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도 눈에 띈다. DJ 페기 구(Peggy Gou)의 앨범 커버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작업으로 유명한 최지욱 작가의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젤리를 먹은 사람들은 젤리처럼 녹아내려 서로 엉겨 붙고, ‘헤어질 수 없게’' 된다. 안전가옥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원했고, 그 기괴하면서도 키치한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최지욱 작가와 협업했다.


김사월의 사바스(Sabbath)

스페이스오디티는 소설의 이야기처럼 끈적거리는 느낌의 음악을 만들 수 있고, 무덤덤한듯, 감미롭게 부르지만 어딘가 스산한 느낌을 표현해줄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를 찾았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의 독특한 감성을 살릴 수 있는 아티스트로 김사월이 떠올랐다. 이번 ‘사바스’' 프로젝트는 김사월과 만나 화려하게 완성되었다. 

무너져내릴 때 어울릴 것 같은 기묘하고 박진감 있는 스타일이 떠올랐다. 지독하게 달큼한 냄새를 생각하며 행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잃고 마는 이 사건들 속에 만약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 음악가 김사월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지난 2015년 1집 <수잔>, 2018년 2집 <로맨스>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수상한 김사월은 개인의 경험으로 출발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진 아티스트다. 김사월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직접 읽고, 소설로부터 영감을 받아 ‘사바스’란 곡을 만들었다. 

“질투처럼 끈적거리는 것들이 우리의 사랑인 거야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널 떠나지 않을거야 

나와 함께 있어 줘 그대 나와 함께 병들어 줘 
무너져 내릴 것들이 우리를 감싸줄 거야”

 - 김사월의 ‘사바스’ 가사 중


‘사바스'는 디지털 싱글로 발매될 뿐 아니라, 카세트테이프로도 제작된다. A면은 음원이 담기고, B면에는 김사월이 직접 고르고 낭독한 책의 일부가 포함된다. ‘레트로 열풍'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는 매체인 카세트테이프에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오디오북 콘텐츠가 담기며 청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김사월의 ‘사바스’ 카세트테이프 목업이미지

김사월의 ‘사바스’ 카세트테이프 목업이미지

‘사바스'는 소설의 독자에게는 캐릭터를 상상하며 듣게 되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예비 독자에게는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하나의 음악으로써 또 다른 이야기로 다가간다.


김사월x안전가옥x스페이스오디티
<사바스> 쇼케이스

9월 21일(토) 오후 6시 10분부터 성수동 안전가옥에서 김사월과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의 대대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알리는 쇼케이스가 열린다. 김사월이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통해 재해석한 소설 속 캐릭터 ‘젤리 장수’ 시점의 음악을 라이브 공연으로 들을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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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음악을 다르게 풀어내고 싶어 하는 두 회사가 머리를 맞댔고, 소설과 노래를 통해 작가와 음악가 사이의 협업이 이루어졌다. 소설가가 만든 세계를 우리는 책을 통해, 음악을 통해, 오프라인 전시와 공연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이야기는 카세트테이프로도 소장할 수 있다.

안전가옥은 평소 ‘지향하는 스토리 콘텐츠의 범위가 종이책에 국한되지 않는다'라고 말해오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프로듀싱할 때도 소설 외의 형태도 상상했어요.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그 이미지들이 소설이 되고 좋아하던 아티스트의 손을 통해 음악으로 만들어지고 카세트테이프에 담기는 건, 그때 그리던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져서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 안전가옥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획과 콘텐츠 역시 진화한다. 시작부터 독특한 프로세스로 탄생한 소설은 책으로, 일러스트로, 음악으로 탄생했고, 전시, 공연을 넘어 카세트테이프라는 굿즈 형태로도 발전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결합한 콘텐츠에 마케팅과 예술 영역의 구분이 의미 있을까. 이제 우리에겐 음악도 이야기도 더 깊이 있게, 더 색다르게 즐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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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