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것들' [다니엘전 & 함윤호 감독 편]

 

오디티 토크 6번째 주인공은 스페이스오디티와 함께 ‘아지트 라이브 세션’을 만들어 가고 있기도 한 감독 두 사람이다. 박재범부터 이소라, 싸이 단독 콘서트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의 공연을 연출해 온 함윤호 공연 감독. 그리고 엑소 ‘Tempo’ 뮤직비디오부터 패션 필름 까지. 역시나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여러 갈래의 영상을 연출해 온 다니엘전 감독. 두 감독의 이토록 넓은 ‘스펙트럼'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2월 13일 열릴 오디티 토크 행사에 앞서, 각자의 영감과 취향에 대해 물었다.


‘영감을 주는 것들’ : 함윤호 공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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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과 취향에 대한 생각 

9월 호 보그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September issue’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안나 윈투어가 한 말은 아니고요. 보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한 말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눈을 뜨고 있어라 세상 모든 것들이 너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저는 이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제 생각과 비슷하기도 했구요. 문장만 보면 세상이 영감을 주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지만, 영화의 맥락 안에서는 한편으론 굉장히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눈을 감지 말라는 거니까.

저는 여러 가지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편입니다. 영화, 음악, 미술, 건축, 패션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이 있고, 다른 사람이 어떤 작품이나 아티스트를 좋아하면 찾아보고요. 만약 제 취향이 아니라면 ‘이걸 사람들이 왜 좋아할까?’ 생각해 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관된 취향이 있다기 보다는 일관된 호기심이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함윤호 공연 감독에게 영감을 준 3가지 공연 

1)Madonna, ‘Confession Tour’(2006)

공연 연출을 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쯤, 미국에 가서 실제로도 보고, DVD로도 여러 번 보고. 가장 많이 봤던 공연이에요. 퍼포먼스와 영상, 의상까지 곱씹어 볼수록 배울 점이 많았던 공연입니다.

2)Beyonce, ‘Formation tour’ (2017)

공연 연출, 퍼포먼스, 모두 훌륭하지만 이 공연에 대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직접 공연장에 가서 보진 못했지만 영상들을 찾아보고 ‘무대의 구조가 좀 특이한데?’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우연히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찾게 되었는데요. 이 무대 디자이너가 무대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인스타그램 이야기를 했던 것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공연을 하는 현장에서 수만 명의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데, 공연장에는 그 수만 명 만큼의 핸드폰 카메라가 촬영을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공연 현장이 아닌,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을 보는 사람들은 수 천만 명이다. 그래서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예쁘게, 사각형(인스타 모양)으로 디자인을 했다.”

세상에, 인스타그램이라니-

3)Sigur Ros, ‘Heima’ (2007)

아이슬란드의 외진 곳, 버려진 공장, 작은 마을회관 같은 곳들에서 시규어로스가 하는 공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인데요. 필름이나 음악 자체가 너무 좋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공연’에 있어서 ‘연출’이 꼭 대단하거나 멋진 것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함윤호 공연 감독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아티스트 

1) Netflix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Abstract: The Art of Design

제가 하는 작업이나 저의 직업이 ‘크리에이터’라기보다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작업하는 디렉터 정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들의 작업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부럽기도 하고 관심도 많습니다.이 시리즈도 그래서 좋아하는데요. 시리즈 중에 무대 디자이너 편에 나오는 ‘에즈 데블린’이 앞서 소개했던, 비욘세의 포메이션 투어를 디자인한 사람입니다.

2) 영화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소감 -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큰 사무실이 생기면 한쪽 벽을 하얗게 칠하고 그 벽에 그림을 거는 대신, 이 영화를 프로젝터로 틀어 놓고 싶다’

3)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

영화나 음악 이외에 미술작품이나 건축물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빛의 교회’를 알게 된 후부터 입니다. 건축 디자인이 단순하게 심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이념이나 역사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과 동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건축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습니다.


‘영감을 주는 것들’ : 다니엘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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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과 취향에 대한 생각 

영감을 어디서 받았냐? 라고 누가 물어보면 참 어려워요. 왜냐하면 많은 분야에서 혹은 복합적으로 받을 때가 많아서인지, 스스로 정리가 잘 안될 때가 많거든요.

저는 여러 작업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 사람한테서 가장 많이 영감을 받는 거 같아요. 사람들과 모임을 자주 갖고. 작업을 같이 하는 부분에서 저만의 영감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죠. 마치 스펀지처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각자의 취향, 성격, 모습을 느끼고. 또한 내가 더 배워야 할 부분도 알아가고요.

다니엘전 감독이 좋아하는 모임 장소

1) 위락장

출처: 위락장 인스타그램 (@werockjang)

출처: 위락장 인스타그램 (@werockjang)

위락장NCT ‘YESTODAY’ 뮤직비디오를 찍은 장소이기도 하고, 저와 친한 미술감독(아지트 라이브 세션 미술 감독이기도 한)이 쓰는 사무실이라서, 미팅을 일부러 이 곳에서 잡기도 해요. 같이 음식을 해 먹을 때도 있고. 원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틀고 노는 곳이기도 해요.

📍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월로20길 53 지하1층 위락장

2) 캬바레1972

출처: 캬바레 1972 인스타그램 (@cabare1972)

출처: 캬바레 1972 인스타그램 (@cabare1972)

캬바레1972는 저와 오랫동안 알던 친구가 운영하는 바예요. 오프닝부터 도와줬었어요. 제가 술을 좋아하다 보니, 여기에서 편하게 여러 사람들을 불러 모아요. 가끔 직접 칵테일을 제조해서 먹을 때도 있고요.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대사관로 31길 13


다니엘전 감독에게 영감을 준 음악 3곡

1)Portishead, ‘Numb’

영국에서 학교 다닐 때, 항상 친구가 이 노래를 틀어야 작업이 된다고 했어요. 그 때 저마저 함께 빠져 들었던 곡이라 들을 때마다 학교 시절이 생각 나는 곡입니다. 몽환적이고 암울하며, 우울함이 더 강한. 일렉트로닉 음색이 두드러지는 곡입니다.

2) OK Go, ‘I Won't Let You Down’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마다 머릿속이 막히면 듣는 곡. OK Go 같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보고 감탄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아침에 출근할 때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제 감정을 잘 잡아주는 곡입니다.

3)Parcels, ‘Lightenup’

최근에 알게 된 PARCELS. 새롭고도 올드한 느낌이 잘 믹스된 음악. 그리고 패션필름 메이커로서 이 뮤직비디오는 제가 한국에서도 연출하고 싶은 스타일이 담겨있습니다.

다니엘전 감독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아티스트 

1) 울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영국에 살면서 제일 큰 장점은 미술관에 자주 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테이트 모던이 오픈한 지 몇 년 안 됐을 때, 처음으로 본 전시가 바로 울라퍼 엘리아슨의 전시였어요. 머릿속에 아직도 떠올라요. 그의 작품은 언제나 자연 그 자체입니다. 빛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2)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군대에 있을 때 읽은 책입니다. 책은 항상 2~3장 읽고 말았던 성격인데, 이 책은 다 읽고도 남한테 추천도 했던 책이라 애정이 있는 책입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까지 보는 재미가 있고,이 책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도에 영화는 만들어졌고, 그때 느꼈던 감정 때문인지 아직 영화는 못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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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은 '오디티토크 6편. 다니엘전&함윤호 감독의 스펙트럼' 이야기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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